<p></p><br /><br />[앵커]<br />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서방세계가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끄떡 없는 이유, ‘에너지’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.<br /> <br /> 러시아가 가스관을 막기라도 한다면 특히 유럽은 꼼짝 없이 산업사회 이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.<br /> <br /> 올 여름 살인적인 폭염이 닥쳐도 ‘세계인’들이 맘놓고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이유입니다.<br /> <br /> ‘전쟁’만큼 무서운 ‘전력난’. 세계를 보다 곽정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5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대표 관광지인 베를린 성당이 어둠에 휩싸였습니다. <br /> <br />밤에도 화려한 조명으로 관광객을 맞이했지만 불꺼진 성당은 형체만 어렴풋이 보일 정도입니다. <br /> <br />베를린 시의회가 27일부터 공공 건물과 유적지의 야간 조명을 끄기로 결정한 겁니다. <br /> <br />[마르쿠스 캄라드 / 베를린시 행정국장] <br />"200개의 건물 외부 조명을 끄기로 했습니다. 공공기관이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." <br /> <br />쾰른시도 가로등 조도를 평상시의 70%로 낮추기로 했고, 하노버시는 공공시설 내 샤워시설에서 온수 사용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. <br /> <br />가스 대신 장작을 태우는 집들도 늘고 있습니다. <br /> <br />[로베르트 하베크 / 독일 부총리] <br />"러시아 천연가스의 높은 의존도로 인해 우리는 가장 큰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." <br /><br />5개월 전,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맞서 천연 자원을 무기화했습니다.<br /><br />유럽 전역에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러시아 국영 기업 가스프롬은 지난 달 터빈 수리를 이유로 가스 공급량을 40% 수준으로 줄이더니 지난 20일에는 30%, 다시 일주일 뒤에는 20% 수준까지 줄였습니다. <br /> <br />공급량이 줄며, 오른 가스 값은 고스란히 유럽 소비자 몫입니다. <br /> <br />러시아 천연가스 최대 수입국인 독일에서는 오는 10월부터 가스 요금을 인상합니다. <br /> <br />가구당 최대 133만 원을 더 부담해야 합니다.<br /> <br />문제는 하필 전례 없는 불볕더위로 전력 소비가 급증할 때와 맞물렸다는 겁니다. <br /> <br />이에 프랑스 파리는 냉방 중 문을 열어두 상점에 범칙금을 부과하는 규제안도 마련했습니다. <br /> <br />[지아코모 / 전자제품 상점 주인] <br />"에어컨이 있어서 좋은데 전기세가 걱정입니다. (전기세 지불을 위해) 더 많이 벌어야 하니 문제에요." <br /> <br />이탈리아에서는 물과 에너지를 아끼려 샤워 시간을 줄이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. <br /> <br />[안토니오 / 이탈리아인 목수] <br />"낮에는 (정부에서) 계획 정전도 있어요. 에어컨 사용량이 많아 일부러 전기를 끊는 거죠." <br /> <br />아시아도 예외는 아닙니다. <br /> <br />일본 도쿄의 대형 가전 매장의 TV는 모두 꺼져 있고, 회사원들은 조명을 끈 채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일을 하는 등 에너지 절약 사투를 벌입니다. <br /> <br />전기 부족 사태를 맞은 일본은 40년 넘는 낡은 화력발전소까지 재가동 시켰습니다. <br /> <br />[이소자키 요시히코 / 관방 부장관] <br />"사상 처음 전력 수급 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.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절전을 부탁드립니다." <br /> <br />프랑스는 지하수나 강물의 온도차를 이용한 수열 에너지를, 독일은 풍력 발전 등 대체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따라 다가올 겨울철에도 에너지 부족 현상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. <br /> <br />채널A뉴스 곽정아입니다. <br /><br />영상편집: 배시열<br /><br /><br />곽정아 기자 kwak@donga.com